★나의 한줄평: 날갯짓하는 삶을 들여다보다
이야기 구조가 단순한데 그 안에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엄청 깊은 책이다.
‘꽃들에게 희망을’
읽고보니 제목이 왜 ‘꽃들에게 희망을’인지 궁금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벌레와 나비인데 말이다.
호랑애벌레는 태어나 먹고 자란다. 배가 고프니 본능에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삶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저 먹고 자라는 건 따분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호랑 애벌레는 정든 나무에서 내려와 길을 나선다.
그러다가 거대한 애벌레 기둥을 마주한다.
“그래, 어쩌면 내가 찾으려는 것이 저곳에 있을지도 몰라.”
호랑 애벌레는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수많은 다른 벌레들을 보면서 새로운 설렘을 느낀다.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오르고, 또 깔리기도 하면서 처음에는 충격을 느끼지만 점차 그런 과정에 익숙해진다.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어느 날, 호랑 애벌레의 틈으로 불안이 스며든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른 애들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가 가는 곳은 틀림없이 멋진 곳일 거야.”
노랑 애벌레와 대화를 하고 나서 호랑 애벌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불쾌한 느낌에 휩싸인다.
자신과 대화를 나눈 노랑 애벌레를 짓밟고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게까지 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둘은 고민 끝에 꼭대기에서 내려온다.
내려온 두 마리 애벌레는 서로 사랑하며 압박과 불안 없이 천국같은 한 때를 보내지만 호랑 애벌레의 마음 속에는 다시 ‘이게 다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애벌레 기둥 위가 궁금해진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혼자서 다시 기둥을 오른다. 노랑 애벌레는 슬퍼하며 정처 없이 길을 떠돌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고치를 만난다.
처음에는 의심하지만 노랑 애벌레는 인내 끝애 나비가 되는 데 성공하고 수많은 애벌레들이 엉겨 오르는 기둥을 찾아간다. 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를 보고 호랑 애벌레는 마침내 자신을 비롯한 애벌레들 모두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랑 애벌레도 기둥에서 내려와 나비가 되고 두 마리 나비는 힘차게 날아오른다.
사람도 그렇다. 먹고 자고 싸는 게 다는 아니다.
물론 못 먹고 못 자면 문제가 생기지만 삶이란 참 교묘해서 그것만으로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당연한 수순처럼 저마다 ‘진짜 삶’이라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찾아나선다.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계속 생각하며 이것저것 시도하는 애벌레들의 모습이 꼭 나와 같았다. 학창시절에는 공부, 입시철에는 대입, 임용시기에는 합격... 기대와 뿌듯함으로 여유로웠던 신규 때도 잠깐이고 다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행복은 향수 같아서 뿌리면 달콤하지만 만족감이 오래가지 못한다. 그 향은 너무나 옅어서 코로 잠시 향기를 들이쉬면 금방 또 새로운 무언가를 뿌리고 싶어진다.
물론 이야기 속 애벌레들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회의와 의심에 고민한다.
이 길이 맞을까? 다른 애들은 여기에 뭐가 있을지 알고 있나? 모두가 가는 걸 보면 대단한 게 있겠지?
안타까운 건 다수가 가는 길을 포기하는 게 무척 힘들고, 용기를 내 자신의 길을 찾는다고 해서 바로 뿅!하고 길이 나타나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호랑 애벌레도 처음에는 행복했지만 결국 내려와서 느끼는 편안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기둥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노랑 애벌레는 호랑 애벌레가 떠나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원하는 게 순간순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게 변할 수밖에 없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나비가 되면 서로 껴안는 게 고작인 애벌레들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운 노랑 애벌레는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하고’ 나비가 된다. 옆의 친구를 짓밟으며 기둥을 오른 호랑 애벌레는 꼭대기에 다다라 자기가 오른 기둥과 같은 수많은 기둥이 있다는 걸 깨닫고 실망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애벌레에게 희망을’이 아니라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나보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경쟁하며 버티면 ‘잘 사는 나, 잘하는 나’는 될 수 있지만 새로운 나는 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포기하고, 나를 우선하는 마음을 놓아버리면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나를 뛰어넘으려면 나를 놓아야 한다는 역설, 진정한 행복은 나보다 남을 위할 때 느낄 수 있다는 진리를 단순하고 간결하게 비유한 이야기다.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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