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줄평: 당신의 삶을 통해 나를 들여다본다.
북스타트 연수로 알게 된 생애사 책. 학부시절 교수님께 접해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책으로 읽는 건 처음이다. 굉장히 흥미롭고 인상깊고 술술 읽혔다. 누군가의 인생, 한 인간의 삶을 역사책으로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를 책으로 쓴다면, 엄마를, 할머니를, 아빠를 책으로 쓴다면 어떨지 상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전라도 사투리로 펼쳐지는 여성의 삶이어서 그런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결혼 후의 생활, 자식들을 챙기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
그런 부분들을 읽으며 나는 역시나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떠올랐고, 이후에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도 '가족이란 애와 증이 엄청나게 얽혀있는, 미움과 사랑을 구분하기조차 힘든 관계'라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의 생애를 들여다보고, 또 우리 가족들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결국 '나'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도.
작가님은 그걸 한마디로 '나의 꼬라지를 마주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때로는 수치스럽고, 역겹고, 구차한 그런 면모들까지 그냥 앞에 두고 서는 거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픔은 치유되고 다시 일어설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두려워하지말고 꼭 부모님 생애사는 한번 써보라고 추천하셨다.
특히 발언의 장이 좁은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들의 삶이 우리 시대를 보여주며, 또 미래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독서와 만남을 통해 결국은 살아가면서 하는 성찰이 나를 키운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는 지혜롭게 흘려보내야 할 것이고, 현재는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며, 미래는 설렘으로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묵은 상처와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꺼내보고, 오늘 하루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반성하고, 펼쳐질 날들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려보기도 해야 하니까.
자기 위로와 성찰의 중요성을 깨닫는 좋은 계기였다.
한편 작업을 거듭할수록 시대를 넘는 가부장제의 공고함과 주인공들의 자가당착에 깊은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많은 여성 주인공들은 이를 갈며 가부장제 속 아픔과 한을 토로하면서도 이에 대항하거나 깰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운명이나 팔자타령을 하거나, 그 '정상가족'에서 밀려난 자신을 비정상이나 실패로 여기거나, '성공한 자식'을 목표 삼아 대리만족하다가 그로 인해 다시 상처받는 혈족중심주의에 머물렀다.
철저하게 절망했더라도, 아니 철저하게 절망해서 오히려 더 낮고 낡은 자리에서 신나게 놀고 싶은 욕망과 기운이 다시 살아나는 걸 보니, 아직 죽을 때는 아니다. 그 설렘으로 더 살자.
내 불행에 대해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겠지만, 그것은 시해악오를 돌아보고 반복하지 않기 위한 깨달음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하지요. 내가 모든 것을 주관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내 길을 선택하고 만들어나가겠다는 생각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올바른 태도라는 생각이에요.
딱히 부모 자식 간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타인의 내면과 생애에 근본적인 힘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과 말질에 절대 지지 마시기를. 당신들이 겪은 아픔을 좋은 힘으로 키워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