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줄평: 삶을 사는 간단한 지혜, Back to the Basic
혁준이가 추천해줘서 읽게 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1부부터 12부까지 간결한 문장으로 삶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었는데 책장을 넘기다보니 점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이성에 따라 선을 실천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삶은 무상하고, 세상에 불멸하는 존재는 없으며, 우리 생명들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삶의 원리와 통하는 부분이 많구나.
문장들을 읽으며 눈으로 따라가면 마음이 담담하고 편안해진다.
극적인 감정의 기복도, 명예나 권력, 부를 누리겠다는 욕심도, 세간의 시끄러운 말과 복잡한 인간사도 가라앉는다.
파도를 잠재우기에 참 좋은 책이다. 곁에 두고 보면서 종종 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간은 육신, 숨 그리고 이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육신은 혈액과 뼈, 신경조직, 핏줄, 힘줄 등이 얽혀 이루어진 것일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숨을 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매순간 우리가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뱉는 행위일 뿐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남는 것은 이성이다.
우주의 한 개체인 인간은 광대무변한 우주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맺어져 있다. 따라서 대자연이 가져다주는 것은 자연계의 모든 것을 위한 것이자, 대자연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나의 영혼이여! 어찌하여 너는 그처럼 스스로를 책망하느냐.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의 영혼은 자신을 존중하고 보살피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의탁하고 있구나.
이 세상 모든 것,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까지도 얼마나 빨리 세월과 함께 사라져버리는가.
짧게 사나 길게 사나 결국은 마찬가지다. 현재라는 시각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다가 누구나 똑같이 그것을 잃을 뿐이다.
우리의 전 생애를 지배하는 시간이란 순간에 불과하며, 그 존재는 유동적이며, 인식은 무디고, 육신은 언젠가 썩어 없어진다. 소용돌이 치는 상념, 예측 불가능한 운명, 덧없는 명예... 우리의 육신은 시간의 강을 흘러가고, 영혼은 꿈이며 연기처럼 소멸하며, 명예는 잊히고 만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하는 인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무의미함. 이 말이 허무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삶이 중립적이라는 사실에 가깝다.
자연과 우주는 별다른 뜻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다. 그저 순환할 뿐이다. 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신이 나를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냥 필요하니까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그리고 무상함.
모든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죽음의 늪으로 빨려들어간다. 누구도, 어떤 생명도 정해진 시간이 끝나는 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죽음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를 이루고 있던 요소들은 해체된 후 다시 결합하기를 반복한다.
삶과 죽음의 단순함이 이토록 분명한 줄 알았다면, 고통 받지도 않았을 텐데...
그래도 아직 나는 무의미한 삶에 초연해지는 것에 익숙치 않고, 무상한 죽음에 연연할 때가 많다.
이런 삶을 바로 보고,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철학과 이성'이라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인류에 대한 사람보다 신성하고 고귀한 것이 없다면,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내가 따르는 신성에 비해 하찮게 보인다면, 그런 잡다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만인에게 칭송받고, 권력과 쾌락에 탐닉하는 삶에 길들여지게 되면 이성, 정의, 선을 지향하는 삶이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꺼운 마음으로 선을 선택하고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선만큼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없다.
조촐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작고 귀한 것들에 만족하고, 그 외의 잡다한 것들은 모두 떨쳐버려라. 우리에게 주어진 작고 귀한 것들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먼저 우리에게 주어진 생애의 순간순간이다.
행복한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원칙에 따라 성심성의껏, 열성을 다해, 다른 일에 한눈파는 일 없이 차분하게 완수하라.
더 이상 혼란에 빠져 수고하려 들지 말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주라. 한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유한한 생명을 타고난 존재로서 세상을 바라보라.
첫째, 세상의 그 무엇도 내 영혼을 침범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세상 모든 것은 요지부동한 외부에 존재하고 있으나 내 모든 근심 걱정은 나의 내면에 있는 상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소멸한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화하여 사라져갔는지 생각해보라. 세상은 끝없이 변화하고, 우리의 삶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명상을 통해 들고나는 생각을 바라보면 머릿속이 온갖 상념들로 가득차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황금사과를 받기 위해 파리스에게 저마다 다른 것을 선물하겠다고 제안한다. 헤라는 권력과 부, 아테나는 전쟁(일)에서의 명예,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인(배우자)...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다. 나를 추동하는 가장 큰 욕구는 무엇인가?
"내가 지금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자주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나를 이끄는 정신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는지 살펴보라. 또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직시하도록 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무엇이 '값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안다면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나의 습관적인 생각이 내 마음을 결정짓는다. 나의 마음은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의 색깔들로 채색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을 깊이 생각해 볼만한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우도록 하자.
권력과 부를 좇은 많은 사람들은 그것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휩쓸려버렸다. 더 많은 힘, 더 많은 부, 더 많은 것들을 원하다가 잡아먹혀버렸다. 역사 속 위인으로 명예를 남긴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무덤가에 금은보화와 꽃다발이 놓인들 그게 고인에게 더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름다움 또한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피부는 쪼그라들고, 뼈는 굽어지고, 머리는 하얗게 세고 그러다가 육신이 소멸해버리는데.
사회에서 떠들어대는 많은 이들의 말과 타인의 시선에 마구마구 흔들리는 나를 본다.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여기저기 한눈 팔지 말고 나아가자고 다짐한다. 여러 번 다잡아도 살면서 계속 헷갈릴 것이다.
그래도 나를 잘 채우며, 나에게 작용하는 것들의 영향력을 조절하며 살고 싶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길 "하는 일이 적어야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구절은 "사회적 동물로서 이성에 부합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다.
한평생을 선하게 살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만족하고, 언제나 정의롭고,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이성적 존재로서의 최고의 선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 창조의 목적은 인류애로 정해졌다.
선한 삶은 곧 공동체를 위한 삶이라는 구절에서 위안을 받았다. 어찌되었든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거면 된다.
읽다가 알쏭달쏭한 부분들도 있었다. [언제나 가장 빠른 길을 택하라. 가장 빠른 길을 택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언행은 늘 올바른 이성과 부합하도록 하라.]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일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상념을 떨친다음 곧바로 행동을 통해 마음먹은 바를 실천하라는 뜻인가?
세상일이 원리 원칙에 입각해서 행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만약 실패했다면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라. 그 과정에서 자신이 인간다운 행동을 했다면 그것에서 만족을 얻고, 자신이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라. 그러나 철학을 마치 나 자신의 주인처럼 떠받들지는 말고 눈병이 났을 때 바르는 안약이나 이물질이 들어간 눈을 씻어주는 물처럼 사용하라. 이성적인 행동을 했다고 과시하려 들지 말고, 이성 안에서 평정을 찾도록 하라.
나는 항상 어떤 칭찬받을만한 행동을 하면 그것으로 으스대고 싶어한다. 선물을 하는 것도 상대가 나를 좋아해주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래서고, 일할 때도 도맡아하면서 생색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게 어렵다.
그런데 내가 정말 내 언행에 100퍼센트 만족한다면 굳이 남들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괜찮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자유로울테니까. 그렇게 자신을 가꿔가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