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58분. 밤과 아침 사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 사이의 시간에서 책을 다 읽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책을 읽고, 약속처럼 글을 쓰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다가 맞닥뜨린 한강의 '흰'은 계속 의문부호였다.
두루뭉술해 잡히지 않고. '그랬구나, 그렇구나.'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읽어내려갔다.
그냥 글씨를 훑다가 다시 뒷장을 보며 제목을 더듬기도 했다.
요 며칠 계속 꿈을 꿨다. 오늘도 꿈을 꿨나? 잘 모르겠지만 그냥 미끄럽게 눈이 떠졌다.
가까이 있는 책을 집어 끝까지 읽고 그냥 그렇게 마치려다가 평론을 읽는데 툭 터지듯 무언가 밀려들어왔다.
정확히는 이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떤 타자가 가장 강력하게 나에게 이의 제기하고 나의 자리를 부인해서 내가 스스로를 초과할 가능성을 이끌어내게끔 하는가? 죽어가는 타인이.
죽어가는 타인. 여섯 글자가 덮치듯 왔다. 정말 머릿속이 이 글자와 한 사람의 얼굴로 가득찼다. 서서히 오지 않고 단번에 벽을 허물면서 왔다. 팔로 눈을 가리고 울었다. 허물어져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스스로를 허물고, 또 나를 허물어지게 한다.
넌 그러고도 살고 싶니? 이렇게 구질구질한데도 살고 싶니?
이렇게 묻는 것 같다고 썼었다. 그녀가 그러는 게 아니라 그녀의 존재를 겪는 내가 스스로에게 그러는 것 같다. 그는 스스로를 허물고, 나는 그걸 보면서 나를 허문다. 내가 어찌할 수 없어 그냥 덮어두었던 물음이, 한쪽에 치워뒀던 것이 한 번에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걸 어루만질 수 있게 됐다. 이 책을 읽고, 평론을 읽고나니 이제야 그걸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