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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4

by 곰곰곰곰 2020. 8. 15.

고통이 인생의 맛을 풍부하게 한다. 슬픔도, 아픔도, 상처도 모두 나를 나답게 한다. 나는 그것들에서 자랐다. 나는 그것들과 하나되어 있다. 명상의 주제가 철학적 명제가 아니라 우리 삶에 뿌리내린 현실이어야 한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결국 여기서 시작해야 하는구나. 멀리서 시작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치열하게 현실에 뿌리 박은채로 삶을 탐구해야 한다. 그래야 깨달을 수 있고, 그렇게 얻은 깨달음이 또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높은 죽마를 타고 가는 사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깨어있으십시오. 한 발만 삐끗해도 땅에 곤두박질하고 맙니다. 무기 하나 없이 적진 속을 걸어가는 중세기 기사처럼 되세요. 의젓하게 흔들리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사자처럼 되십시오. 이런 경계심을 놓지 않아야만 그대는 온전히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느낌은, 그것이 자애로운 느낌이든 짜증스런 느낌이든 똑같이 환영받고 인정받고 대접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두 느낌 모두 우리 자신이니까요. 내가 먹고 있는 오렌지가 나입니다. 내가 싶고 있는 치자나무가 바로 나예요. 나는 온몸과 마음을 기울여 그것을 심습니다.

슬픔이나 불안, 증오나 열정 같은 것들은 명상을 통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때 그 본질을 드러냅니다. 바로 그 '노출'이 자연스럽게 치유와 해탈로 이어집니다. 슬픔을 비롯해 그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것이든 번뇌와 고통에서 해방되는 수단으로 써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명상의 대상으로 삼을 것들은 철학적 사유의 주제들이 아니라 그대의 삶에 뿌리를 내린 현실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주제들을 뜨거운 불 위에 놓고 오랫동안 요리를 해야 하는 음식물처럼 다루어야 해요. 냄비는 우리 자신이고 요리에 쓰이는 열은 집중력입니다. 땔감은 끝임없는 마음챙김 수행에서 오지요.

 

우리는 삶을 살면서 늘 선택을 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지금이 그것을 하기에 옳은가? 나중에 한다면 어떨까? 지금 그 사람을 만나야 할까? 아니면 다른 일을 해야 할까? 인생은 번뇌다. 혼란이다. 아직도 명상의 가르침을 따르기가 어렵다.

 

하루는 황제에게, 세 가지 질문의 대답만 알면 어떤 일에도 헛갈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
함께 일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모든 때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톨스토이의 이야기에서 황제는 농부로 변장하고 산 속의 은자를 찾아간다. 황제는 은자가 밭 가는 걸 도와주다가 산 속에서 내려온 상처 입은 자를 보고 상처를 치료해준다. 상처 입은 그 자는 원수를 갚기 위해 황제를 죽이려고 매복해있던 암살자였다. 암살자의 사연을 듣고 황제는 그와 화해한다. 그를 죽이려던 원수는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어제 당신이 늙은 나를 가엽게 여겨 밭 가는 일을 늦도록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내려가는 길에 그의 습격을 받았을 거요. 그러면 나와 함께 있지 않은 것을 크케 후회했겠지요. 그런즉 가장 중요한 때는 당신이 밭을 일구던 때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돕는 것이었소. 뒤에 상처 입은 사람이 이리로 왔을 때에는, 가장 중요한 때가 당신이 그의 상처를 씻어주던 때였지요.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원수와 화해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그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그의 상처를 돌봐주는 것이었소.

세상에는 가장 중요한 때가 한 번밖에 없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걸 기억하시오.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바로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지요. 뒤에 당신이 누구를 상대하게 될는지 누가 알겠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오. 그것만이 인생에서 추구할 일이지요."

 

대학생 때부터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집에 가기가 싫었다. 가족들을 보기도 싫었고. 남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면서도 정작 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은 잘 돌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아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나도 스스로 잘 돌보지 못하면서, 가족들에게도 잘 해주지 않으면서 무슨 큰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은자의 대답이 감동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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