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줄평: 울림은 변화가 된다
마트에서 동물복지 계란을 샀다.
계란 한 판에 만원이 넘었다. (정확히는 만삼천원) 평소라면 몇 번 들었다가 결국 내려놨을 것이다. 보통 계란의 2배가 넘는 가격이니까... 그런데 '동물복지' 글자만 눈에 들어왔다. 가격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계란을 사서 들어오는 내내 뿌듯했다. 계란후라이를 해먹었는데 기분이 더 좋아졌다.
만화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
알면서 외면하고, 맛있으니까 모른 척하고, 같이 지내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 급식에 나오니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고기와 유제품을 소비하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우리집 강아지는 그렇게 사랑하면서 다른 동물들이 받는 고통은 헤아리지 못했다. 대안이 있는데도 미적거렸다.
조금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겠다고 느꼈고, 그런 모순과 불편을 모두 수용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불완전하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작가님의 모습에 큰 위로를 받았다.
아멜리는 요즘 괜찮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소소하고 의미있는 하루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병아리를 귀여워하는데 닭을 먹는다. 아기돼지를 귀여워하면서 돼지를 먹는다.
얼마 전에 한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면 닭 인형을 주는 이벤트를 연 적이 있다. 이벤트를 시작한 날 전국 곳곳의 매장에서 준비된 치순이가 동이 나고 결국 치킨집이 사과문을 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치순이를 얻은 사람들은 SNS에 사진을 올리며 자랑스럽게 인증했다. 닭이 죽은 치킨집에ㅓ 준 닭 인형이라는 사실이 '웃픈' 유머로 소비되었다.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귀여운 치순이-맛있는 치킨 그 사이에는 숨 멎을 정도의 고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적어도 내 팔다리가 부러지는 것보다는 더한 고통일텐데 말이다.
불편한 슬픔은 잘 보이지 않고 편한 즐거움은 언제나 드러나 있어서 살아있는 생물은 때로 인형이 된다.
감정도 고통도 없는 인형이 된다.
인간의 눈에는 동물끼리 다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서로의 얼굴을 구별하는 동물이 많다고 한다. 털이 복슬복슬한 양들도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며 꼬마쌍살벌은 얼굴 무늬 차이를 인식하여 상대를 구별한다. 까마귀는 얼굴을 포함한, 목소리, 비행 패턴, 몸 크기 등으로 서로를 알아본다. 말도 얼굴을 인식한다.
동물에겐 이름만 없을 뿐 동물은 서로에게 이미 고유한 존재인 것이다. 소, 펭귄, 돼지 이렇게 한 덩어리가 아니다.
그 소, 그 펭귄, 그 돼지 한 마리 한 마리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나뿐인 삶을 살고 있다.
고민해보지만 단순히 무엇이 '옳다 그르다' 명쾌하게 자르기가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고민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단단하고 즐거운 고민 산행을 위해 용기의 끈을 동여매고! 그렇게 계속 위를 보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고민 '넘어' 고민
고민을 넘길 때마다 마음은 깊이 개운해질 거다.
이름 있고 얼굴 있는 것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존재란 그런 것.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물체가 아니라 생명체가 된다.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수없이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쓰다듬고 정성을 들이는 것은 모두 존재를 마음 깊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착취하는 동물들의 이름은 지워져있다.
소나 말이나 양, 돼지는 그들의 이름이 아니다. 그냥 우리가 뭉뚱그려 묶어버린 종의 이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털로 옷을 만들어 입고, 많은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두고, 편의에 따라 생명을 빼앗는다.
서식지를 파괴하고 번식을 조절한다. 마치 그럴 권리가 처음부터 우리에게 있었다는듯.
이름도 얼굴도 짓뭉개고 그냥 고기덩어리, 털뭉치, 해산물로 대한다.
오늘 동물원에 다녀왔다.
많은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와 우리를 둘러싸고 동물을 보며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특히 코끼리가 기억에 남는다. 어디에선가 까만 고양이가 넓은 코끼리 우리로 휘적휘적 들어왔다.
코끼리는 반대편에 있다가 고양이를 보고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고양이는 당황하더니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코끼리는 쫓아가다가 고양이를 놓치고는 뿌에에 하고 울었다.
자꾸 문 주위 같은 자리를 맴도는 너구리도 있었다. 앉지도 않고 계속 빙글뱅글 같은 자리를 왔다갔다했다.
동물들은 정말 쓸쓸하고 불안해보였다.
나는 잠시 서로의 위치가 바뀐 장면을 상상해봤다.
"저기 봐, 사람 새끼야! 왕 같은 놈도 있네~ 쟤가 우두머리인가봐!"
우리를 벌거벗겨 한평 만한 우리에 가둬놓고 죽지도 못하게 주사를 맞히고 밥을 주면서 시도때도 없이 소리를 내고 관심을 끌려한다. 정말 죽지 못해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철창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 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대비되어 더 씁쓸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외면하면 죽어가는 식물, 동물의 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좌절하지 말고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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