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줄평: 덮고 자기에 좋은 이야기
굉장한 베스트셀러.
그만큼 누구나 쉽고 기분 좋게 읽을만한 책이다. 어렵게 해석하거나 골몰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인상에 깊게 머물러있기 보다는 감상이 빨리 희석됐다.
주인공은 꿈을 파는 도시, 그 중에서도 가장 유서깊은 꿈 가게 '달러구트 꿈백화점'에서 막 일을 시작한 신입 페니이다. 꿈백화점은 층별로 다른 종류의 꿈을 판매하는데 페니는 각 층에서 수습기간을 거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을 찾기 위해 견학을 한다. 페니를 따라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환상적인 이 세계 속으로 빠져들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판타지를 쓰려면 작가는 최대한 정교하게 이야기 속 세계를 구현해야 한다. (어떤 소설이든 모두 그렇겠지만.) 그리고 읽는이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 마치 원래 있던 곳을 여행하고 돌아와 모험담을 풀어놓는 사람처럼 서술해야 한다.
이미예 작가는 정말 꿈을 파는 도시를 여행하고 온 사람 같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떻게 썼는지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매끄럽게 연결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한마디로 깔끔한 맛이 있다.
"핵심은 손님들이 스스로를 '망각의 동물'이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파악하고 있어요. 심지어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의 실제 사실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재입력된 정보라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경험이 잊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 지금 이 순간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죠. 그 점이 바로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들이 지불하는 꿈값에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그 끝이 짝사랑이든, 두 사람의 사랑이든, 우리의 역할은 그걸로 충분하단다."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 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이 세계에서 꿈값은 인간의 감정이다. 다양한 꿈을 사간 손님들이 감정으로 값을 지불하고, 또 꿈의 내용과 감정이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설정이 참 좋다. 꿈속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감정이 커진다거나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실마리를 얻는다거나 하는 있을 법한 일들이 나오고, 에피소드들도 연인 간의 사랑, 미래에 대한 열정, 가족애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꿈과 관련된 이야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삶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이야기를 통해 듣는 것도 마음 따뜻해지는 경험이다. 매력적이고 특색 넘치는 캐릭터들은 영화처럼 살아움직이며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하고, 달러구트와 페니가 나누는 대화는 마음 속을 건드리는 충고로 와닿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참 따뜻하다, 기분 좋다, 달콤하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사회초년생이나 자녀를 둔 가족들이 함께 읽기에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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