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한줄평: 조금 다른 너와 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문과생의 이과 작가 소설 도전기 두 번째ㅋ.ㅋ 테드 창보다 훨씬 가볍고 따뜻하고 읽기도 편한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김초엽이 그리는 미래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너무 절망적이지도, 너무 이상적이지도 않아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아보려고 했는데 전부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에 들어서 고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짧게 느낌을 남겨보려 한다.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순례자들은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그 사람이 사랑하는 세계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단 한 사람을 위해 온 세상과 맞서는 일이다. 단순하지만 어렵다.
우리는 종종 '끼리끼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은 나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에게서 시작된다. 그는 마치 새로운 행성에서 온 우주생명체 같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위해, 그 한 사람을 위해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우주를 바꿀 수 있을까. 그게 진짜 사랑인 걸까.
가장 아름다운 마을과 가장 비참한 시초지의 간극. 그 세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함께 완전한 행복을 찾을 수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순례자들은 알게 되겠지.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 스펙트럼
외계 행성에 가서 외계인을 만나는 건 뻔한 구조인데 그닥 뻔하지 않았다. 무리인들이 몸을 바꾸어 가며 자아를 끊임없이 전달한다는 설정 때문에 그랬다. 그들이 '다르다'라고 표시하는 수많은 차이를 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은 이전 개체가 남긴 기록을 읽고 습득하여 당연하다는 듯이 '루이'가 된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두 개체가 어떻게 하나의 자아로 연속될 수 있을까. 마치 그건 내가 죽은 다음에 내 자리에 있게 된 다른 누군가가 다시 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나'는 내가 맡았던 일을 하고, 내 가족과 친구를 돌보고, 내 삶을 계속 산다. 그들은 영원히 이어지는 자아를 꿈꾸고 있는 걸까.
루이의 선량함을 생각할 때면, 나는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작고 단절된 마을을 상상한다.
그러나 그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만큼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완전한 타자를 받아들이고, 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열리는 세계는 정말 찬란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 공생가설
흥미로운 소재였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오래 전에 멸망한 아주 먼 행성에서 온 지적 생명체가 인간을 인간으로 성장시켰다는 가설. 여기서 무한한 인내와 포용력으로 아기를 키우는 '그들'은 실은 자신보다 미숙한 어린 개체를 대하는 우리 모두의 선함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어린 개체 또한 딴 세상에서 온 타자나 마찬가지니까. '그들'은 연약하고 멍청하고 부족한 우리를 무조건적인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주었던 누군가일 것이다. 평생 동안 우리가 그리워할 본질적인 애정, 깊은 유대, 평온과 안정. 우리가 떠나 온 고향. 어느 순간 멀어져 버린 어린 시절.
그러고 보니 이 책은 계속 다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떤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류드밀라의 행성을 보며 사람들이 그리워한 것은 행성 그 자체가 아니라 유년기에 우리를 떠난 그들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모두는 같은 풍겨을 생각했을 것이다. 류드밀라가 그렸던 행성. 푸르고 묘한 색체의 세계. 인간과 수만 년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살았던 오래된 고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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