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줄평: 조금 다른 너와 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단편은 뭔가 영화나 드라마로 보고 싶은 느낌. TV 미니시리즈의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안나는 버려진 우주 정거장에서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향하는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동결과 각성을 반복하면서 가족들이 잠든 행성으로 가기 위해 기약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중이다. 그녀의 말이 맞다. 우리가 우주 밖에 사람들을 남겨놓고 온다면, 그들이 외롭고 슬퍼한다면 발전이,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에게 안나를 내쫓을 자격이 있을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우주 정거장을 폐쇄할 자격이 있을까.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 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안나 씨."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업사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 감정의 물성
우리가 감정을 만지고 쓰다듬을 수 있게 되면 조금더 괜찮아질까. 적어도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때로 나의 기분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흐려진다.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제대로 꺼내어 보기 힘들다. 명상을 배우면서 머릿속에 엉겨있는 생각들을 두루뭉술하게라도 더듬고 있다. 나에게 질문을 계속하면서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아차리면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조금 나아진다.
보현이 우울체를 갖고 싶어하는 이유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원인 모를 고통을 쓰다듬고 만지면서 자신을 달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 관내분실
사후에 고인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 도서관이 생긴다면, 나의 마인드는 어떤 모습일까? 나를 찾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나를 검색할까? 상상하다보면 재미있다.
관내분실된 엄마, 김은하를 찾으며 지민은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마인드가 살아있는 정신이든, 재현된 프로그램이든 상관없다. 지민은 마인드를 찾으며 자기 안에서 잃어버렸던 인간 김은하를 다시 만난다. 단절된 후에도 삶은 여전히 삶일까. 알 수 없으니 아직 연결되어 있을 때,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이 든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이야기 속의 재경은 진짜 영웅이다. 우주에 안 가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주에 가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이 지구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지만.
만약 바다에서 인간이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문득 가윤은 재경의 마지막 선택을 생각했다.
재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사람들은 재경을 닮은 다른 약한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이래서 결함이 있는 존재를 중요한 자리에 올리면 안된다고, 표준인간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비난들은 분명히 재경의 잘못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이모에게는 우주에 가지 않는 것이 해방인 게 아니었을까?"
"이모는 어쩌면 그 굴레 자체를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을 시도해봤는지도 몰라."
누군가가 가는 길은 다음에 올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우리는 늘 위대한 한 명을 기억한다. 최초의 발자국을 기념한다. 그러나 새로운 항로를 만드는 건 최초의 성공이라기보다는 무수한 실패와 시도들일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전형적인 고정값이 아닌 재경이 우주비행사로 선발되고, 또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자신의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희망을 줬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성공한 한 명이 아니어도 돼. 박차고 나가서 실패해도 돼.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안 나와도 돼. 너의 시도가 다른 사람들의 기회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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