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줄평: 그때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독서모임 때문에 읽게 된 책 '공중그네'.
일본소설이고, 어렸을 때부터 베스트셀러로 많이 들어봤으나 결코 자발적으로 읽을 일이 없는 종류의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이라부가 자신의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상담해주는 옴니버스 식의 소설이다.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들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 책이 원조인지 다른 책 중 원조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특히 인물의 대사가 많이 거슬렸다. "안돼요~옹.", "으아~악", "그건 거짓말이지롱. 후훗", 혹시 변태 아냐~. 당장 잡히는대로 한 쪽만 폈는데도 계속 문체가 이런 식이라서 마치 2000년대 자주 봤던 인터넷 소설을 연상시켰고 읽는 내내 자동 음성 지원이 돼서 난감했다. 또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하는 장면도 지속적으로 묘사되어서 짜증났다.
"난 아무래도 허리가 굽어지는 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주사 자국을 문지르며 말했다. "다른 사람 가슴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어요."
'공중그네'라는 이야기에서 나온 대사가 눈에 띄었다. 베테랑 공중곡예사인 고헤이는 자꾸만 실수를 해서 병원을 찾게 된다. 원인은 쌓여온 외부에 대한 경계심과 그로 인한 방어본능이었다.
오래 전부터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일이 안되면 불안하고 당황스럽다. 감정의 균형이 깨지면 자신의 문제는 외면하고 외부로 화살을 돌리기 쉽다. 심지어 스스로 어느 정도 증상을 짐작하고 있는데도 애써 모른 척하고 싶어진다. 그런 심리가 나름대로 잘 그려져 있다.
"야쿠자 일이라는 게, 말하자면 고슴도치 같은 거잖아. 항상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일은 누구든 지치게 마련이니, 그 반대급부로 끝이 뾰족하거나 예리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는지도..."
스즈키가 입단하고부터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매스컴은 '킹카' 루키에게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자기가 쌓아온 것들이 완전히 무시당하는 것 같아 부아가 났다. 자신은 질투를 하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려웠던 거다.
지금은 이상하리만큼 신중하다. 너무 빨리 브레이크를 밟아버렸다. 의사로서의 자각이라면 그럴듯하지만, 다른말로 하면 겁쟁이가 된 것이다.
저거로구나, 내 우울함의 근원. 아이코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2천매가 넘는 대작으로 제목은 '내일'. 아이코의 역작이다. 구토증의 원인은 알고 있다. 그 책이 팔리지 않은 게 여태껏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아이코는 충만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걸로 자신도 변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팔리지 않았다.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마음 속 방해물 때문에 평소에 잘 수행해 오던 일에 문제가 생긴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역시 잘 안 된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역시 단시간에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건 힘들다는 걸 느꼈다. 표면적인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된 마음의 상처나 영향력이 큰 아픔에서 오는 것이니까.
사람은 깊이있게 살펴보지 않으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다.
압박이나 강박, 그래야만 한다는 체면, 스스로를 가두는 올가미를 내려놓는 것이 단순한 문제해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라부는 멍청하고 이상한 처방을 내리고, 직접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면서 환자들을 치료한다.
사실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그냥 숨만 쉬면서 가볍게 사는 것이 해답일지도 모른다.